매콤하고 알싸한 중국후난 요리의 향, 그리고 창사의 또 다른 명물인 취두부의 쿰쿰한 향취 속에서 유독 부드럽고 달콤한 냄새로 발길을 붙잡는 녀석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탕유바바입니다.
반짝이는 황금빛 설탕 옷을 입고 기름 솥에서 둥둥 떠다니는 이 조그만 찹쌀떡에는, 사실 창사 사람들의 고단했던 삶과 따뜻한 정, 그리고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흥미로운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이 달콤 쫀득한 탕유바바의 깊고 진한 역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1. '바바'라는 이름에 담긴 아주 오래된 비밀
먼저 이름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탕유바바를 직역하면 '설탕과 기름으로 만든 떡'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글자는 맨 뒤에 붙은 '바바'라는 단어입니다.
중국 표준어(보통화)로 떡은 보통 '가오'나 '빙'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후난성을 비롯한 중국 남방 지역, 특히 소수민족들이 많이 살던 곳에서는 예로부터 쌀가루나 밀가루를 반죽해 둥글고 평평하게 만든 음식을 '바바'라고 불렀습니다.
이 '바바'라는 표현의 역사는 무려 위진남북조 시대(220~589년) 혹은 그 이전까지 올라갑니다. 척박한 산악 지형이나 강가에서 거주하던 남방 민족들이 축제나 제사 때 찹쌀을 찧어 하늘에 바치던 예법에서 유래한 음식이죠. 즉, 탕유바바는 그 탄생의 성씨부터가 중국 남방 문화의 깊은 뿌리를 대변하고 있는 셈입니다.

2. 전쟁의 불길 속에서 태어난 민중의 지혜
탕유바바가 지금처럼 '기름에 튀겨 설탕에 졸인 떡'의 형태로 정착하고 대중화된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배경은 송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후난 지역은 수많은 전쟁과 군사 이동이 잦은 요충지였습니다. 군인들과 피난민들은 늘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이 필요했죠. 게다가 습하고 더운 후난의 기후 특성상, 일반적인 쌀밥이나 떡은 하루만 지나도 쉽게 상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이때 민초들이 머리를 맞대어 찾아낸 지혜가 바로 '유화와 당화'였습니다.
- 찹쌀로 떡 반죽을 만든 뒤, 기름에 바짝 튀겨내어 수분을 날려보냈습니다.
- 그 위에 걸쭉하게 끓인 설탕(당시에는 조청이나 황설탕) 시럽을 두껍게 코팅했습니다.
이렇게 기름과 설탕으로 이중 보호막을 친 떡은 놀랍게도 며칠이 지나도 곰팡이가 피지 않고 딱딱해지지 않았습니다. 전쟁통에 피난을 가던 사람들은 이 떡을 품에 넣고 다니다가, 배가 고플 때 꺼내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워 먹거나 그냥 씹어 먹으며 허기를 달랬습니다.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눈물겨운 지혜가 오늘날 달콤한 미식으로 승화된 것이죠.

3. 청나라 시대, 창사 골목길의 황금기를 열다
시간이 흘러 사회가 안정된 청나라 중후기, 창사는 장강 수운의 중심지이자 거대한 곡창지대로 번영을 누리게 됩니다. 이 시기 탕유바바는 '비상식량'의 허물을 벗고, 본격적으로 '길거리 간식'으로서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당시 창사의 아침은 독특한 풍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 탕유바바를 파는 노점상들이 어깨에 긴 멜대를 메고 골목길을 누볐습니다. 한쪽 바구니에는 활활 타오르는 화로와 무거운 무쇠 솥이, 다른 한쪽에는 찹쌀 반죽과 기름, 설탕 단지가 실려 있었죠.
"탕유바바 사시오! 따끈하고 달콤한 바바가 왔소!"
상인들이 목청껏 외치면, 잠에서 깬 아이들이 동전을 들고 문밖으로 뛰어 나왔습니다. 노점상은 즉석에서 커다란 무쇠 솥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찹쌀 반죽을 뚝뚝 떼어내 둥글게 모양을 잡아 솥에 던져 넣었습니다.
하얀 찹쌀 반죽이 기름 속에서 파르르 떨며 부풀어 오르고 겉면이 노릇해질 때쯤, 상인은 미리 준비해 둔 흑설탕 시럽을 아낌없이 들이부었습니다. 기름 Coke 설탕물이 만나는 순간 "쏴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온 골목 가득 퍼졌습니다. 마침내 떡이 황금빛, 혹은 짙은 자갈색으로 반짝이며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르면 완성!
청나라 시대의 문인들은 이 모습을 두고 *"기름 솥 안의 황금 조약돌이 달빛을 머금었구나"*라며 시적인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4. "귀족도, 거지도 평등해지는 맛" — 탕유바바에 담긴 문화
창사 사람들에게 탕유바바는 단순한 간식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평등'과 '위로'의 정서였습니다.
과거 창사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고관대작이나 부유한 상인들이 화려한 가마를 타고 가다가도, 탕유바바 튀기는 고소한 냄새를 맡으면 가마를 멈추게 했다고 합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귀족들이었지만, 이 탕유바바만큼은 길가에 서서 댓나무 꼬치로 콕 찍어 입가에 설탕 시럽을 묻혀가며 지저분하게 먹을 수밖에 없었죠. 그 옆에서는 푼돈을 모은 부두 노동자나 어린아이들이 똑같은 모습으로 입을 호호 불며 탕유바바를 먹고 있었습니다.
신분의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가 길거리에 서서 뜨거운 설탕 떡을 호호 불어먹는 모습. 창사 사람들은 탕유바바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후난 지역의 겨울은 뼈가 시릴 정도로 춥고 습합니다. 난방 시설이 없던 옛날, 창사의 서민들은 아침 출근길에 탕유바바 두 세 개를 사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찹쌀의 든든한 탄수화물, 기름의 지방, 그리고 설탕의 높은 열량이 온몸에 빠르게 퍼지면서 순식간에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혹독한 겨울을 버티게 해 준 고마운 에너지가 바로 이 작고 둥근 떡이었습니다.

5. 현대의 탕유바바: 전통과 트렌드의 만남
오늘날의 창사는 인플루언서들이 몰려드는 중국 최고의 '핫한 관광 도시'가 되었습니다. 도시의 풍경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었지만, 탕유바바의 위상은 여전합니다. 오히려 창사를 방문하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필수 미식 코스'로 자리 잡았죠.
지금도 창사의 유명한 먹거리 골목인 황싱루나 포쯔제에 가면 탕유바바를 사기 위해 수십 미터씩 줄을 선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시대가 변하면서 탕유바바를 만드는 스타일에도 차이가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 전통파 (대형 무쇠솥 방식): 커다란 솥에 기름과 설탕을 함께 넣고 대량으로 졸여내는 방식으로, 떡 속까지 설탕 시럽이 푹 배어들어 부드럽고 끈적한 맛이 일품입니다.
- 현대파 (겉바속촉 방식): 깨끗한 기름에 찹쌀떡을 먼저 바삭하게 튀겨낸 뒤, 서빙 직전에 뜨거운 설탕 시럽을 겉에만 살짝 입혀내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겉은 탕후루처럼 바삭하고 속은 쫄깃해 젊은 층과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 탕유바바를 맛있게 먹는 법!
혹시 창사 여행을 계획 중이시거나, 국내에서 탕유바바를 맛볼 기회가 있으시다면 이 세 가지를 꼭 기억하세요.
- 첫째, 절대로 서둘러 베어 물지 마세요! 겉은 식어 보여도 속의 찹쌀 반죽과 설탕 시럽이 엄청나게 뜨겁습니다. 멋모르고 한입에 넣었다간 입안을 데이기 십상입니다. 창사 사람들은 "탕유바바를 먹을 때는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말합니다.
- 둘째, 그릇에 남은 설탕 시럽을 활용하세요. 현지인들은 떡을 다 먹고 남은 달콤한 기름 설탕 시럽에 따뜻한 차를 부어 마시거나, 국수를 비벼 먹기도 했습니다.
- 셋째, 뜨거울 때 드세요. 식으면 찹쌀이 단단해지고 기름이 겉돌아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맛집추천 !!!!
- 후궁뎬 (화궁전, 火宫殿) (전통파): 100년 역사의 미식 랜드마크. 대형 무쇠솥에 대량으로 졸여내어 속까지 시럽이 깊게 밴 진하고 묵직한 달콤함이 특징입니다.
- 주소: 湖南省长沙市天心区坡子街127号 (127 Po Zi Jie, Tian Xin Qu, Chang Sha Shi, Hu Nan Sheng)
- 진리먼 (金栗门) (현대파): 현지 젊은이들이 줄 서서 먹는 곳.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후 황설탕 시럽을 겉에만 살짝 코팅해 완벽한 '겉바속촉'을 자랑합니다.
- 주소: 湖南省长沙市芙蓉区五一广场 일대 매장 (Wu Yi Guang Chang, Fu Rong Qu, Chang Sha Shi, Hu Nan Sheng)
- 타이핑 라오제 (太平老街) 골목 노점 (감성파): 옛 거리의 수제 노점들. 즉석에서 반죽을 떼어 튀겨내는 모습을 직관하며 꼬치로 호호 불어 먹는 길거리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주소: 湖南省长沙市天心区五一大道765号 일대 골목 (765 Wu Yi Da Dao, Tian Xin Qu, Chang Sha Shi, Hu Nan Sheng)
천 년의 세월 동안 창사 골목길을 달콤하게 채워온 탕유바바. 전쟁의 비극 속에서 태어나 민중을 위로하고, 이제는 전 세계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 작은 찹쌀떡의 역사,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다음에도 더 맛있고 깊이 있는 중국 요리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맛탱이8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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