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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중국요리 항저우편(룽징샤런 龙井虾仁) <새우요리> by 맛탱이88 2026. 6. 5.

 

차와 새우의 우아한 만남, 룽징샤런(龙井虾仁)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 요리(한차이, 杭菜)를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요리가 있습니다. 바로 항저우의 명물인 룽징차(龙井茶, 용정차) 찻잎과 신선한 민물새우(虾仁)를 함께 볶아낸 '룽징샤런(龙井虾仁)'입니다.

 

비취빛의 싱그러운 찻잎과 옥처럼 하얗고 탱글탱글한 새우살이 어우러진 이 요리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입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차 향과 새우의 감칠맛이 일품입니다.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항저우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한 그릇에 담아낸 룽징샤런의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1. 룽징샤런의 역사와 흥미로운 유래

룽징샤런의 탄생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유명한 전설이 내려옵니다. 하나는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끈 건륭제(乾隆帝)와 관련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북송 시대의 대문호이자 미식가였던 소동파(苏东坡)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① 건륭제의 은밀한 외출과 황실의 실수 (가장 유력한 설)

평소 강남(江南) 지역을 사랑해 여섯 번이나 순행을 떠났던 건륭제는 어느 날, 평민 복장을 하고 항저우 서호(西湖) 인근의 룽징촌(龙井村)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기운이 가파르고 비가 내리자 건륭제는 어느 농가에 들어가 비를 피하게 되었고, 찻집 주인은 귀한 손님인 줄 모른 채 햇찻잎으로 우린 룽징차를 대접했습니다.

그 향에 반한 건륭제는 황실로 가져가기 위해 주인 몰래 찻잎 한 움큼을 훔쳐(?) 황포 품속에 숨겼습니다. 이후 날이 개어 인근 주막(레스토랑)에 들어간 건륭제는 목이 말라 품속의 찻잎을 꺼내 점소이(종업원)에게 건네며 "이것으로 차를 한 잔 우려오너라"고 명했습니다.

이때 점소이가 건륭제의 옷자락 사이로 살짝 비친 황포(황제의 옷)를 보게 됩니다. 깜짝 놀란 점소이는 사시나무 떨듯 떨며 주방으로 달려가 요리사에게 "지금 밖에 황제 폐하가 오셨다!"고 속삭였습니다. 마침 요리사는 '옥백하인(玉白虾仁, 민물새우 볶음)'을 만들던 중이었는데, 황제가 왔다는 말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점소이가 들고 온 룽징 찻잎을 파나 생강 같은 양념인 줄 알고 새우 솥에 쏟아부어 함께 볶아버렸습니다.

급하게 상에 올려진 요리를 본 건륭제는 맑고 투명한 흰 새우 살 사이에 비취색의 찻잎이 섞여 있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한 젓가락 입에 넣자, 새우의 쫀득함과 함께 룽징차 특유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건륭제는 이 "우연한 실수"로 탄생한 요리를 극찬했고, 이때부터 '룽징샤런'은 항저우를 대표하는 황실 진상 요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② 소동파의 시(詩)에서 얻은 영감

또 다른 설은 항저우의 지사를 지내며 서호에 '동파제'를 쌓았던 소동파의 시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동파의 시 《망강남(望江南)》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새 화로에 햇차를 달이고, 시와 술을 즐기며 청춘을 누려보세 (且将新火试新茶, 诗酒趁年华)"

후대의 항저우 요리사들이 이 시 구절에서 영감을 얻어, 봄에 새로 난 룽징차의 부드러운 싹(햇찻잎)과 서호의 맑은 물에서 자란 민물새우를 결합하여 요리를 개발했다는 낭만적인 전설입니다.


2. 룽징샤런의 현대사: 닉슨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다

룽징샤런는 현대 중국 외교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역사적으로 방문했을 때, 저우언라이(주은래) 총리가 항저우에서 개최한 국빈 만찬 테이블에 바로 이 룽징샤런이 올랐습니다.

당시 미·중 관계의 해빙 분위기 속에서 닉슨 대통령은 룽징샤런의 담백하고 깊은 맛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룽징샤런은 전 세계에 중국 저장 요리의 정수(精髓)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8년에는 저장성 정부가 공식 지정한 '저장성 10대 명반'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3. 요리의 특징: '색, 향, 미'의 완벽한 조화

룽징샤런은 자극적인 양념(고추, 마늘, 짙은 간장 등)을 거의 쓰지 않는 담백함이 특징입니다. 중국 요리에서 강조하는 색(色), 향(香), 미(味)가 아주 극단적으로 우아하게 표현됩니다.

  • 색(色): 하얗고 맑은 새우 살과 연한 녹색의 찻잎이 대비를 이루어 눈이 즐겁습니다. 모양이 마치 정갈한 수묵화를 연상시킵니다.
  • 향(香): 룽징차 특유의 은은한 난초 향과 고소한 부침 향이 부드럽게 코를 감쌉니다. 기름진 냄새나 비린내가 전혀 없습니다.
  • 미(味): 새우 살은 부드러우면서도 씹을 때 탱글함이 살아있고, 새우 자체의 단맛 뒤로 찻잎의 쌉싸름하면서도 깔끔한 뒷맛(회감, 回甘)이 이어집니다.


4. 완벽한 미식을 위한 팁 (Eating & Dining Tips)

항저우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현지 레스토랑에서 룽징샤런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아래의 팁을 꼭 기억하세요.

① 제철은 '청명(淸明) 전후'의 봄

룽징샤런의 핵심은 '찻잎'입니다. 가장 최고급으로 치는 것은 음력 4월 청명절 전에 채취한 '명전 룽징차(明前龙井)'의 어린 싹입니다. 이때의 찻잎은 만졌을 때 아주 부드럽고 쓴맛이 적으며 향이 가장 깊습니다. 따라서 3월 말에서 4월 사이에 항저우를 방문해 먹는 룽징샤런이 인생 최고의 맛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② '민물새우(河虾)'인지 확인하기

전통적인 룽징샤런은 바다새우가 아닌 양쯔강 하구 및 서호 인근에서 잡히는 작은 민물새우(하선, 河虾)로 만듭니다. 민물새우는 크기가 작지만 살이 아주 연하고 단맛이 강합니다. 일부 저렴한 식당에서는 냉동 바다새우(대하 등)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씹는 맛과 풍미가 완전히 다릅니다. 메뉴판을 볼 때 '정종(正宗, 오리지널)' 혹은 '본토 민물새우'를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③ 향을 먼저 음미한 후, 식초는 신중하게

음식이 나오면 바로 먹지 말고, 코를 가까이 대어 은은하게 올라오는 차의 서향(茶香)을 먼저 맡아보세요. 간이 세지 않기 때문에 첫 점은 아무것도 찍지 않고 새우와 찻잎을 함께 씹으며 원재료의 맛을 느낍니다.

전통적으로 항저우 사람들은 이 요리를 먹을 때 유명한 ‘저장 전장 향초(镇江香醋, 검은 식초)’를 살짝 곁들이기도 합니다. 식초의 산미가 새우의 감칠맛을 끌어올려 주지만, 너무 많이 찍으면 은은한 룽징차 향이 완전히 묻혀버리므로, 처음에는 그냥 드시고 중간쯤부터 식초를 젓가락 끝에 살짝만 묻혀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④ 추천 마리아주: 룽징차 한 잔과 함께

룽징샤런을 먹을 때는 탄산음료나 독한 고량주보다는, 요리에 사용된 것과 같은 따뜻한 룽징차 한 잔을 곁들이는 것이 최고의 마리아주입니다. 입안의 기름기를 깔끔하게 씻어내 주어 요리를 마지막 한 점까지 질리지 않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5. 요약: 왜 룽징샤런을 먹어야 하는가?

중국 요리는 흔히 '기름지고 강렬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항저우의 룽징샤런은 그러한 편견을 깨부수는 "가장 시적이고 우아한 요리"입니다. 화려한 기교 대신 식재료 본연의 신선함과 차의 풍미로 승부하는 이 요리는, 항저우의 아름다운 풍경(서호)을 바라보며 즐길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항저우에 가신다면 꼭 이 천년의 향을 품은 새우 요리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맛집추천 !!!

1. 루와이루 (楼外楼, Louwailou)

  • 특징: 1848년에 창업하여 1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항저우 최고의 역사적 노포 레스토랑입니다. 서호(西湖) 고산(Gushan) 아래에 위치해 있어 서호의 운치를 감상하며 정통 항저우 요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중국의 역대 정치가들과 외국의 귀빈들이 항저우를 방문했을 때 반드시 찾던 상징적인 곳입니다.
  • 추천 포인트: 룽징샤런의 가장 정석적이고 정통적인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단연 이곳입니다. 가격대는 다소 높지만 역사와 경치, 그리고 정성이 깃든 원조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파육(东坡肉)과 서호초어(西湖醋鱼)도 함께 맛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주소: 30 Gu Shan Lu, Xi Hu Qu, Hang Zhou Shi, Zhe Jiang Sheng

2. 룽징초당 (龙井草堂, Dragon Well Manor)

  • 특징: 룽징차 밭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미쉐린 1스타 및 '아시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의 디스커버리 리스트에 선정된 최고급 다이닝 공간입니다. 아름다운 중국식 정원과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오직 8개의 프라이빗 룸으로만 운영됩니다.
  • 추천 포인트: 슬로우 푸드 철학을 바탕으로 인근 자체 농장에서 공수한 유기농 식재료와 최상급 명전 룽징차 찻잎만을 사용하여 요리를 만듭니다. 극상의 신선함과 깊은 차 향이 어우러진 프레시한 룽징샤런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대접받듯 즐기고 싶을 때 최고의 선택입니다. (※ 예약 필수)
  • 주소: 399 Long Jing Lu, Xi Hu Qu, Hang Zhou Shi, Zhe Jiang Sheng

3. 와이포지아 (外婆家, Grandma's Home - 호빈점)

  • 특징: '외할머니 집'이라는 정겨운 이름처럼, 편안하고 대중적인 분위기에서 정통 항저우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입니다.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많아 식사 시간에는 늘 웨이팅이 있습니다.
  • 추천 포인트: 룽징샤런을 포함한 다양한 항저우 음식을 매우 합리적이고 착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맛집입니다. 현대적이고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부담 없이 미식을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서호와 가까운 호빈(Hubin)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훌륭합니다.
  • 주소: 3 Hu Bin Lu, 湖滨 Shang Cheng Qu, Hang Zhou Shi, Zhe Jiang Sheng

4. 녹차식당 (绿茶餐厅, Green Tea Restaurant - 본점)

  • 특징: 와이포지아와 함께 항저우를 대표하는 대중적인 맛집 중 하나로, 서호 서편의 푸른 차밭 사이에 본점이 위치해 있습니다. 인공 호수 위에 건물이 떠 있는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와 독보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입니다.
  • 추천 포인트: 차밭의 싱그러운 풍경을 바라보며 삼삼하고 은은한 풍미의 항저우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곳의 룽징샤런 역시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뒷맛을 자랑하며, 당면새우 요리나 동파육 등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대중적인 메뉴가 가득합니다. 시내 분점보다 차밭 본점에서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주소: 83 Long Jing Lu, Xi Hu Qu, Hang Zhou Shi, Zhe Jiang Sheng